- 존 카니, <비긴 어게인>(2013) & 자기 결정성 이론 하지만 우린 모두 길 잃은 별이지 않나요.
- 존 카니, <비긴 어게인> & 자기 결정성 이론 - |
|
|
님과 de tour, 우리 발걸음의 첫 시작이에요.
존 카니 감독의 <비긴 어게인>(2013)을 보신 적이 있나요? “Lost star"와 같은 명곡들이 줄지어 나오는 음악 영화죠. 중간중간 영화가 자아내는 분위기와 전달하는 메시지도 어딘가 자유로워서, 몇 번이고 돌려봐도 즐겁게 볼 수 있을 것만 같은 영화입니다. 오늘은 그러한 <비긴 어게인>을 색다르게 살펴보겠습니다. |
|
|
영화는 댄(마크 러팔로)의 출근길로부터 시작합니다. 댄은 과거 스타 음반 프로듀서로, 미국 음악시장에 걸출한 힙합 아티스트를 발굴한 것으로 유명세를 얻었었는데요. 그 이후로 그럴듯한 성과가 없자, 지금은 동업자인 사울(모스 데프)에게도 경영권이 밀려나게 됩니다. 지금은 그저 과거의 영광을 못 잊고 고집을 부리는, 올드 플레이어가 되어 버렸죠.
그런 댄은 답답한 마음에 아무 라이브 바에 가서 잔뜩 술에 취합니다. 그곳에서 우연히 그레타(키이라 나이틀리)의 공연을 보고, 순식간에 그녀의 음악성에 푹 빠져버리는데요. |
|
|
한편 그레타 또한 비하인드가 있었습니다. 싱어송라이터인 그레타는 원래 아티스트 겸 음악영화감독인 데이브(애덤 리바인)과 함께 팀으로 활동했었는데요. 그레타는 그와 둘도 없는 파트너이자 애인관계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데이브의 음악영화가 흥행을 달리며, 둘은 갈라지기 시작했는데요. 그레타는 전처럼 스스로 즐거운 음악을 하길 원했으나, 데이브에게는 이제 흔히 말하는 ‘먹힐만한 음악’이 중요해져 버린 것이죠.
심지어 바람까지 피운 데이브. 그렇게 갈 곳까지 간 데이브와 이별한 그레타는 댄과 우연히 만나게 되어, 같이 앨범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그녀의 대중성을 의심하는 사울 탓에 충분한 지원금을 받지 못하지만, 뉴욕 거리에서 야외 녹음을 하자는 댄의 의견에 그레타는 흥미롭게 응하죠. 그렇게 자유로운 음악 여행 <비긴 어게인>은 시작하게 됩니다. |
|
|
이 영화의 배경은 크게 음악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음악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예술의 영역에 있는 것이지만, 특히 대중음악의 경우에는 그 흥행의 여부도 정말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비긴 어게인>에는 ‘좋은 음악이란 무엇인가’를 두고 각 인물들이 크게 갈리는 양상을 보입니다.
대표적으로 그레타와 사울이 그러한데요. 그레타의 경우는 음악성을 중시합니다. 그레타에게 음악을 하는 이유는 자신의 즐거움이죠. 자신이 만족할 만큼 완벽한 음악만이 좋은 음악이 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반면에 사울은 완전히 음악을 엔터테인먼트 사업으로 이해하는 사람입니다. 그레타와의 작업을 거절했던 이유도, 그녀에게서 ’사업적인‘ 특별함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죠.
이 인물들을 동기 심리학으로 이해해 보면 더욱 흥미롭습니다. 동기란 무엇일까요? 우리 모두는 어떤 일이든 시작하기 전에 각자 다른 동기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공부는 입학이나 자격증 등을 위해, 업무는 돈과 성공을 위해서 등등 말이죠. 하다못해 게임을 하거나 주말에 약속을 잡고 노는 것에도 그 동기는 있을 겁니다.
심리학에서는 동기를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하곤 합니다. 바로 외재적 동기와 내재적 동기로 말이죠. |
|
|
외재적 동기는 말 그대로 외부요인들에 의해 유발되는 동기를 말합니다. 앞서 언급한 ‘입학’, ‘자격증’, ‘돈’, ‘성공’이 대표적인 예시이죠. 만약 님이 특정한 보상이나 벌 등과 같은 원인에 의해 행동한다면, 그 안에는 외재적 동기가 자리 잡고 있는 것입니다. <비긴 어게인>에서는 사울의 경우가 이에 해당되겠네요. |
|
|
반면, 내재적 동기는 ‘만족감’, ‘기쁨’과 같은 지극히 내적이고 개인적인 요인들에 의해 유래합니다. 대부분 여러분들이 즐거움을 느끼는 모든 작업들은 내재적 동기로 움직입니다. 앞서 언급한 게임이나 주말 약속 같은 것들이 그 예시입니다. 그레타의 경우도 내재적 동기를 가진 아티스트로 유추해 볼 수 있는데요. |
|
|
Success, 우리를 설레게도 괴롭히기도 하는 그 단어 |
|
|
한편 주인공인 댄의 경우는 앞선 두 명에 비해 비교적 모호한 포지션에 있습니다. 댄은 그레타처럼 여전히 음악성을 가장 중요한 것으로 받아들이지만, 동시에 어느 정도는 성공을 추구하는 면모도 보입니다. 예를 들면 그레타와 만난 첫날밤, 그는 그레타와 함께 ‘좋은 음악’에 대해 대화하며 깊은 공감을 쌓는데요. 다음날이 되자 바로 ‘슈퍼스타를 찾았다’며 전 파트너인 사울에게 데려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죠.
이러한 댄의 혼용된 동기는 자기결정성 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이하 SDT 이론)으로 이해해 볼 수 있습니다. 자기 결정성 이론은 인간의 동기를 내재적 동기와 외재적 동기, 둘로 분명히 나누는 기존과 다른 새로운 관점을 제시합니다. ‘얼마나 내가 원하는 것을 고르고 행동할 수 있나’, ‘얼마나 나는 유능한 사람인가’, ‘나는 다른 사람들과 충분히 좋은 관계를 맺고 있나‘. 자율성/유능성/관계성에 따라, 인간의 외재적 동기는 자신이 놓인 환경에 의해 내재적 동기로 발현될 수 있다는 것이죠.
SDT 동기 이론에 따르면 댄은 유능성이 부재한 경우입니다. 현재는 바뀌어버린 음악 시장의 트렌드. 그 속에서 올드 플레이어가 되어 좀처럼 흥행을 일으키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은 인정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그럼에도 결국 댄이 본인의 유능성에 대해 의심을 가지게 되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겁니다. 이제는 이전처럼 내재적 동기에 기반한 자신의 신념을 펼칠 수 없기에, 어쩔 수 없이 성공이라는 외부적 요인에 매몰되게 된 것이죠 . |
|
|
“Begin again”으로 끝맺는, 아이러니한 해피엔딩 |
|
|
댄은 결국 해피엔딩을 맞이합니다. 영화 내내 그레타와 함께한 앨범 작업은 그의 마음을 움직여 다시 음악을 즐겁게 하는 마음을 되찾습니다. 앨범 가격을 단지 1달러로 측정하자는 그레타의 의견에도 동의하게 되죠. 더구나 그렇게 완성된 앨범도 끝끝내 대박을 치게 되어, 그가 그렇게도 원했던 성공도 거머쥐게 됩니다. 그 배경에는 음악을 진정으로 즐기고자 하는 마음, 즉 내재적 동기를 따르는 그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죠.
사실 이러한 댄의 모습은 우리들의 모습과 닮아 있기도 합니다. 실패한 유명 프로듀서가 운명적으로 어느 아티스트를 만나 행복과 성공을 거머쥔 스토리. 매우 영화 같은 설정이지만, 한 번 좌절을 겪고 자신의 꿈을 어느 정도 접어두고 현실에 타협하는 댄의 모습은 큰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음악성/사업성을 고집하는 그레타와 사울에 비해서 말이죠. |
|
|
데시(Deci)는 외재적 동기를 주창한 스키너(Skinner)에 반발해 SDT 동기 이론을 제시했습니다. 그 바탕에는 인간은 누구나 자유로운 자기결정의 주체로 인정될 수 있다는 그의 관점이 녹아 있습니다. 영화가 주고자 하는 메시지는 여기에 담겨 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어릴 적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나씩 쥐고 사회에 뛰어듭니다. 그러나 각박한 현실을 직시하게 되는 순간, 손에 쥐고 있던 소중한 것들을 점차 놓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살아남기 어려운 것이 우리 사회죠. 하지만 님, 우리는 댄처럼 놓아버렸던 것들을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쩌면 행복으로 나아가는 열쇠는 그곳에 있을 지도 모릅니다.
“Begin Again”! 문득 이전과 똑같은 상황 같아 보이지만, 한 번 돌아와 본 우리는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이번엔 어딘가 느낌이 좋은, 다른 시작임을. |
|
|
그런데 님, 정말 우리 모두는 댄과 같은 삶을 살 수 있을까요? 사실 저희는 <비긴 어게인>의 결말을 댄의 성공이라고 보지 않아요.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성공하게 될 것이다’. 애석하게도 우리 모두에게 해당될 수는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됩니다. 보기 좋은 이상적인 엔딩인 것은 맞지만, 과연 그것만이 해피엔딩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
|
|
Youtube. 'Maroon 5', 2015 |
|
|
실제로 이 영화는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른 두 개의 엔딩이 존재합니다. 앞선 댄의 엔딩인 에필로그, 그리고 그전에 끝맺어지는 그레타와 데이브의 엔딩이죠. 해당 씬은 데이브가 재회를 위해 자신의 콘서트에 그레타를 초대하면서 시작됩니다. 본 영화의 하이라이트이기도 한, ‘Lost stars’ 공연 장면이죠. 'Lost stars'는 그레타가 데이브와 연인 시절에 그에게 선물해 준 노래인데요. 그런 그레타의 'Lost stars'는 2절 코러스 부분부터는 데이브의 'Lost stars'가 됩니다. 데이브가 후반부를 보다 대중성 있게 편곡한 것인데요. 이 부분부터 수많은 관객들이 환호를 지르고, 그 광경을 본 그레타는 공연장을 벗어나게 됩니다.
이제는 완전히 자신과는 다른 편곡 방향, 즉 다른 방향성을 두고 걷는 데이브를 마주한 그레타. 한편으로는 그런 데이브의 방향성을 이제는 이해할 수 있어서일까요. 자전거를 타며 나오는 그레타의 얼굴에는 어딘가 슬픈 빛의 웃음이 피어나는데요.
사실 데이브도 댄과 같이 모호한 태도를 갖춘 인물입니다. SDT 동기 이론으로 보자면, ‘인정받는 음악인’이라는 외재적 요인을 선택한, 자율성이 부재한 인물이죠. 하지만 님, 우리 모두는 각자만의 길들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외재적 동기를 따른다고 해서 데이브를 부정적인 인물로만 볼 수 없다고 생각됩니다. 오히려 그레타처럼 밝게 빛나고 있는 그를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이 중요할 것입니다. ‘내재적 동기냐, 외재적 동기냐’라는 끝없는 방황 속에서, 서로를 인정하고 응원하는 것이 진정한 해피엔딩이지 않을까요? 어쩌면 데이브뿐 아니라 그레타도, 여러분과 저희도. 모두 길을 밝히려 온 힘을 다해 빛을 낼 수밖에 없는, 가엽고도 아름다운 별일뿐이니까요. |
|
|
오늘의 de tour의 길 안내는 여기까지입니다. 님, 당신은 어떠한 길을 밝히려 노력하고 있나요? 당신의 빛은 무슨 색인가요? 피드백 버튼을 눌러 각자의 생각을 알려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희는 여러분 각자가 가는 길을 응원합니다.
처음 저희 de tour Newsletter는 ‘예술에 정답은 없다’라는 생각으로 시작했습니다. 님에게도 충분히 예술의 우회로를 개척해 갈 수 있음을 전달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비슷한 이유로 <비긴 어게인>을 첫 뉴스레터 컨텐츠로 선정하게 되었는데요. 현실에서 불안해하는 젊음들. 그래서 급급하게 정해진 길을 걷게 되는 이들에게, 예술을 알아가면서 만큼은 자유롭고 창의적인 여정을 떠나길 바라겠습니다. |
|
|
- Directed by: John carney
- Written by: John carney
- Distributed by: The Weinstein Company
- Cast: 마크 러팔로, 키이라 나이틀리, 애덤 리바인 등
- Running Time: 1h 44m
- OTT Service: Watcha | Wavve | Google TV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