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과 de tour, 우리의 스물여섯 번째 발걸음이에요.

 님은 그로테스크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우리는 종종 불쾌한 것을 마주할 때 ‘그로테스크하다’는 표현을 사용하곤 하죠. 그로테스크란 괴상하고 이상한 것이라는 뜻으로, 흉측하거나 우스꽝스럽게 생긴 것을 의미합니다. 미학적 개념로서는 20세기 이후로 문학을 필두로 비로소 주목받기 시작해, 비교적 최근에야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하죠.

 그로테스크한 작품은 대체로 호불호가 분명하게 갈립니다. 불쾌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특성상, 이를 쉽게 거부감으로 느끼는 이들도 많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그로테스크는 단순히 ‘징그러운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그 안에는 우리가 외면하고 있던, 혹은 진짜 우리의 모습과 닮아 있는 무언가가 숨어 있습니다. 이렇듯 불쾌함을 추구하지만 그 특유의 스타일로 전세계적인 사랑을 받은 미술가가 있습니다. 바로 영국의 최고의 표현주의 미술가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이죠. 오늘은 그러한 충격적인 그로테스크 미술을 펼치는 프랜시스 베이컨에 대해 흥미롭게 접근해보고자 합니다.

 님은 평소에 프랜시스 베이컨이라는 미술가를 알고 계셨나요? 많은 분들이 그를 17세기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과 종종 혼동하시곤 하는데요. 실제로 그는 철학자 베이컨의 먼 후손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철학자의 피를 이어받아서일까요? 정규 교육은 물론, 미술 교육조차 받지 못한 그였지만, 그의 작품은 종종 철학•심리학적으로 해석되곤 합니다. 아무런 제도권 교육을 받지 않았기에, 오히려 기존 미술계의 관습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시선을 갖게 되었던 것이죠.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을 보면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정상적인’ 사람의 형상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인체는 마치 진흙처럼 뭉개져 있고, 피부 안쪽에 있어야 할 내장이나 근육은 고스란히 외부로 드러나 있죠. 그는 기존의 미술이 인간에 대해 ‘너무 표피적인 겉모습에만 매달’린다고 비판하며, 보다 깊숙한 내면을 들여다보고자 인체를 해체하고 왜곡시켜 표현했습니다. 그의 인물들이 도살장에 걸린 고기처럼 묘사되는 것도 이 때문인데요. 실제로 그는 “우리는 모두 고깃덩어리에 불과하다”고 말한 바 있으며, “내가 정육점 갈고리에 걸려 있지 않은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고 이야기할 정도였습니다.

 그에게 고깃덩어리란 공포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연민의 대상이었습니다. 그것은 언젠가 죽음을 맞이할 자신의 모습과도 다르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그는 제1차, 2차 세계대전을 모두 겪으며 인간의 파괴성과 폭력을 목도했고, 가족에게 배척당한 채 런던의 밤거리를 전전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경험 속에서 그는,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는 일상조차 죽음과 고통이 잠재된 공간이라 여겼고, 인간은 결국 상처를 입고 고통을 두려워하며 살아가는 존재라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그런 베이컨의 눈에 비친 인간은, 언제나 상처 입고 벌거벗은 채 뒤틀려 있는, 기형적인 괴물과 같은 모습이었는지도 모르죠.

 크리스테바는 이러한 것들이 왜 본능적으로 혐오스럽게 느껴지는지를, 유년기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찾습니다. 그리고 이를 설명하기 위해 라캉의 정신분석학을 일정 부분 수용하면서도, 그와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데요. 라캉은 갓난아이가 아직 ‘자기 자신’에 대한 온전한 인식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에 어머니를 ‘타자’로 인식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아이와 어머니는 하나로 합일된 자아를 형성하며, 이후 아이가 거울을 통해 자신에 대해 자각하기 시작하며, 어머니로부터 결별하여 아버지가 상징하는 법과 원칙, 언어의 세계로 들어선다고 말했죠. 라캉이 아버지의 법을 강조했다면, 하지만 크리스테바는 이와는 조금 다른 설명을 제시합니다. 아이는 거울을 보기 이전부터 이미 어머니와의 분리를 시작하고 있다는 것이죠.

 님, 혹시 태변이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태변은 신생아가 처음으로 배설하는 초록색의 대변으로, 어머니의 양수와 그 부산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즉 우리가 처음으로 몸 밖으로 내보내는 것은 사실 ‘나의 것’이 아니라 ‘어머니의 것’인 셈이죠. 우리는 어머니의 자궁 속에서, 어머니의 몸과 밀착한 채 성장합니다. 크리스테바에 따르면 유아는 처음에는 어머니의 체액과 배설물 속에서 즐거움을 느끼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점차 자아를 형성하고 독립적인 존재가 되기 위해 어머니로부터 분리되기 시작하며, 나아가 그것을 경계하고 혐오하게 된다고 보았습니다. 즉 어머니를 오브젝트화시키는 과정을 겪는 것이죠. 유아는 이처럼 자기 안에서 추방해야 할 첫 번째 대상으로, 어머니의 몸과 그 부산물들을 인식하게 됩니다. 마치 태변과 마찬가지로 말이죠.

 이렇듯 크리스테바 철학에서 ‘나’와 ‘내가 아닌 것’, 즉 타자와의 관계는 가장 핵심적인 주제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그녀는 이를 신체와도 엮어 설명하기도 하는데요. 우리의 몸은 나 자신과 외부 세계를 구분 짓는 경계이자, 동시에 안과 밖을 연결하는 열린 통로로 작동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태아를 품은 어머니의 몸은 매우 모호한 공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신체 안에 두 개의 자아가 공존하며, 타자를 품은 주체의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이죠. 이 안에서 분리되어 나와 완전한 자아를 형성하려는 유아는, 그 과정에서 어머니로부터 독립된 ‘나만의’ 깨끗하고 온전한 신체를 욕망하게 됩니다.

 그런 유아에게 자신의 몸에 달라붙은 더럽고 끈적거리는 배설물은 혐오스럽고 공포스러운 존재로 다가옵니다. 그것들은 분명 내 몸에서 나왔지만, 동시에 나와 분리되어 있고 대상화되지 않은, 모호하고 규정할 수 없는 것들이죠. 마치 어머니의 신체처럼, 주체도 객체도 아닌 아브젝트는 신체적 경계를 무너뜨리며 자아의 정체성을 뒤흔드는 이질적인 존재입니다. 다시 말해, ‘나’라는 주체를 위협하는 비대상적인 존재, 경계 밖의 그 무엇인 셈이죠.

 이처럼 아브젝트가 혐오의 대상 자체를 뜻한다면, 아브젝시옹(Abjection)은 그 대상을 배제하려는 감정 상태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아브젝트가 ‘비천한’이라는 형용사라면, 아브젝시옹은 그것을 밀어내는 ‘행위’이자 동사형 개념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크리스테바는 아브젝시옹, 즉 아브젝트를 향한 혐오감을 아주 본능적이고 자연스러운 감정으로 설명합니다. 자아의 경계를 지키고, 존재의 동일성을 유지하게 해주는 방어적 기능이라는 것이죠. 만약 아이가 아브젝트를 받아들인다면, 자아는 그 정체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끝없는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죠.

 아브젝시옹은 무언가를 혐오함으로써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을 보존하는 자기애로 작용합니다. 혐오와 자기애가 교차하는 이중적 감정인 셈이죠. 하지만 동시에, 크리스테바는 아브젝트를 완전히 나와 분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그것들은 항상 나와 연결되어 있으며, 성장한 이후에도 꿈이나 무의식의 틈에서 반복적으로 회귀한다고 보았죠. 결국 아브젝시옹이란 아브젝트에 의해 정체성이 위협당하면서도, 그 위협을 통해 다시 자아가 형성되는 끊임없는 순환입니다. 해체와 재구성이 반복되는 이 역설적 동력학이야말로, 크리스테바가 말하는 자아의 조건이자 존재의 움직임인 것이죠.

Diego Velázquez, Portrait of Innocent X, Oil on canvas, 141 cm × 119 cm, 1650

/ Francis Bacon, Study after Velázquez's Portrait of Pope Innocent X, Oil on canvas, 153 x 118 cm, 1953

 님은 태아 시절, 우리의 입과 항문이 사실은 같은 구멍에서 형성된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섭취를 담당하는 입과 배설을 맡는 항문이 하나의 구멍에서 비롯된다는 점은 놀라운 동시에 왠지 불편한 기분을 들게 합니다. 이 사실은 베이컨의 작품 속 체액들을 이해하는 데 하나의 실마리가 되어줍니다. 그는 종종 남성의 발치에 흥건히 흐르는 액체를 묘사하거나, 출혈의 장면을 그려넣곤 합니다. 심지어 흰 물감을 사용해 남성의 위에 정액 혹은 정자의 형상을 뿌리기도 하죠.

 이런 요소들은 크리스테바가 말한, 끈적이고 혐오감을 유발하는 아브젝트의 성격으로 볼 수 있지만, 동시에 열린 통로로서의 신체를 연상시킵니다. 즉 열린 신체의 특성을 활용하여, 성교와 배설 행위의 경계를 허무는 방식으로, 모든 장면을 모호하게 뒤섞는 것이죠. 이는 베이컨 특유의 에로티즘과 맞닿아있습니다. 그는 종종 동성 간의 성애를, 자아를 잃어버릴 정도로 강렬한 쾌락의 순간으로 묘사하는데요. 그 장면 속에서 두 개의 자아는 하나의 육체로 섞이고 뒤엉켜, 거의 죽음에 다다르는 쾌락의 끝에 도달합니다.

 또한 크리스테바는 아브젝트 개념을 설명하며 ‘코라(Chora)’라는 다소 생소한 개념을 함께 제시합니다. 코라는 본래 플라톤이 ‘몹시 어렵고 모호한 개념’이라 표현하며 도입한 개념으로, 본래 ‘그릇’을 의미하는 단어입니다. 크리스테바는 이를 그리스어로 어원에 따르면 ‘자궁, 밀폐된 공간’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보다 ‘품다’라는 뜻을 가진 어머니의 신체로 확장하고자 하였습니다. 즉 타자를 품은 어머니의 신체이자, 사랑과 고통이 공존하는 주체도 객체도 아닌 잠재적 상태의 공간으로 본 것이죠. 

오늘의 de tour 길 안내는 여기까지입니다.

  님은 혹시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신작 <퀴어>(2025)를 보셨나요? <퀴어>는 1950년대 멕시코시티, 미국인 작가 리가 우연히 마주친 청년 유진을 보고 첫눈에 반하며 진행되는 멜로 드라마인데요. 영화 속 두 남성은 마치 진흙처럼 뭉개진 질감으로 묘사되기도 합니다. 그 장면들을 보고 있자면, 오늘 살펴본 프랜시스 베이컨의 그림이 문득 떠오르기도 하죠.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퀴어>에서 ‘리’ 역할을 맡은 다니엘 크레이그가 과거 영화 <사랑은 악마>(1998)에서 프랜시스 베이컨의 동성 연인 조지 다이어를 연기한 적이 있다는 점입니다. 서로 다른 작품처럼 보이지만, 이 둘은 결국 동성 간의 사랑이라는 테마를 섬세하게 다룬 예술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죠.

 최근 들어 동성애를 다룬 작품들은 영화계를 비롯해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에서 자주 눈에 띄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엔 편견과 불편함의 시선 속에 놓였던 이 주제가, 이제는 많은 이들에게 조금은 익숙해지고 있는 듯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소수자의 사랑, 동성 간의 관계는 우리에게 낯설게 다가오곤 하죠. 그런 우리들에게 베이컨도, <퀴어>의 주인공들도 그렇게 말하고 있는 듯합니다. “사랑은, 누구에게나 가능한 것”이라고요. 님은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그들의 삶에 공감할 수 있나요? ' 피드백 하러 가기 ' 버튼을 통해 님만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https://www.francis-bacon.com/ 
• https://en.wikipedi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