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과 de tour, 우리의 일곱 번째 발걸음이에요. 

 님, 조커 2의 개봉 소식을 들으셨나요? 2019년 극장가를 휩쓸었던 <조커>(Joker). 호아킨 피닉스가 연기한 조커 시리즈의 후속작이 이번에 <조커: 폴리 아 되>라는 이름으로 10월 1일에 개봉했는데요. 이번 작품은 레이디 가가가 ‘할리 퀸’ 역할로 나와 조커를 지원하는 내용인 만큼, 부제도 프랑스어 Folie à deux, 즉 ‘공유 정신병적 장애’라는 이름을 갖추고 있죠. 전작의 조커는 영화의 히어로 주인공이자 동시에 빌런이라는, 굉장히 매력적인 캐릭터였는데요. 그러한 점에서 이번 영화에 할리 퀸도 같이 등장하기에 더더욱 기대가 되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그러한 조커 2를 보다 흥미롭게 감상하기 위해, <조커>(2019)를 색다르게 살펴보면서, 빌런에 대해 알아 가보겠습니다.  

 그러나 아서의 삶은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았는데요. 어째서인지 그의 앞날에는 비극인지 희극인지 모를 일들이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담당 사회복지사는 매번 같은 질문을 반복할 뿐이었고, 그마저도 시의 복지 예산이 감축됨에 따라 더 이상 정신과적 도움을 받기 어려워졌습니다. 또한 동료 랜들은 아서에게 권총을 선물해 주고, 그로 인해 아서가 직장에서 해고를 당할 때에도 끝까지 모른 척하였죠. 그런 힘든 삶을 살아가는 아서에게는 오직 두 가지 희망만이 있었는데요. 하나는 어머니가 줄곧 말해왔듯이 ‘선거 후보 토마스 웨인이 사실 아서의 친아버지이다’라는 사실과 이웃 소피 듀몬드와의 로맨스였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사실 망상에서 시작된 것이었습니다. 아서가 토마스 웨인에게 직접 찾아가 물어본 결과, 모든 것은 어머니 페니 플랙의 망상이었죠. 이는 아서에게는 정말 큰 충격이었는데요. 이어 아서는 사실 소피 듀몬드와의 로맨스 역시 궁지에 몰린 아서가 스스로 생각해낸 망상이라는 것을 직시하게 되죠.  

 랜들에 의해 해고 통보를 받은 날,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던 아서는 우연히 어떤 한 여성을 괴롭히는 백인 남성 셋을 살해하게 됩니다. 바로 그들이 웃음 발작증을 가진 아서를 비웃고 구타했기 때문이었는데요. 이미 차오를 만큼 넘치는 분노를 가지고 있던 아서는 충동적으로 그들에게 총을 겨누게 된 것이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랜들이 준 리볼버로 말이죠. 그렇게 첫 살인을 마친 아서는 근처 화장실로 도망가 감정을 추스릅니다. 그런 와중 그의 마음 깊은 곳에는 어딘가 희열감과 고양감이 느껴지는데요. 돌연 그는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며, 천천히 춤을 추기 시작하기 시작하죠.  

 변화한 것은 간수 역할의 실험자들만이 아니었습니다. 고작 하루이긴 했지만, 죄수 집단의 실험자들도 간수들의 불합리한 횡포를 견디지 못하였는데요. 따라서 그들은 2일차에 간수 집단에 대항해 폭동을 일으키게 됩니다. 하지만 간수들에 의해 폭동은 금세 저지되었고, 이로 인해 이들의 관계가 더욱 고착화되는 결과를 가져오죠.

 간수 집단은 죄수 집단을 견제하며 더욱 학대하기 시작했고, 죄수 집단은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이고 극도의 불안감과 공포심을 호소하였습니다. 실험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실제 자아를 잊고, 부여된 역할에 지나치게 몰입하는 현상이 확인된 것이죠. 심지어 실험의 주관자인 짐바르도 또한 후에 “자신이 교도소장”이 된 것처럼 몰입해, ‘어떻게 이 교도소를 문제없게 운영할까’에 대한 고민에 빠져 있었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렇게 통제 불능이 된 실험은 결국 2주를 채우지 못하고 단 6일 만에 조기 종료하게 되죠.  

 스탠퍼드 모의 교도소 실험은 크게 간수 집단과 죄수 집단간의 갈등의 구도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위 실험은 주로 권력을 오직 폭력을 일삼는 것에 활용한 간수 집단에 대해 심리학적 이해를 위해 인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들에게 주어진 조작은 아주 단순했지만, 그렇게 급조된 사회에 개인이 받는 영향은 어마 무시했습니다. 도덕성이 결여된, 굉장히 폭력적인 형태로 말이죠. 하지만 이는 죄수 집단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죄수 집단은 자신들의 역할에 과하게 몰입해 정신병적 고통과 무력감을 느낄 뿐 아니라, 이러한 구도를 바꾸기 위해 그들 또한 폭력을 행하는 선택을 합니다. 2일차에 죄수들이 일으켰던 폭동이 좋은 예시입니다. 비록 그러한 저항은 금방 실패했지만 말이죠. 

 하지만 님, 만약 죄수 집단이 반란에 성공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렇게 되었다고 해도 우리는 아마 같은 결과, 즉 루시퍼 효과를 관측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권력을 잡은 죄수 집단 또한 똑같이 폭력을 자행했을 테니 말이죠. 오히려 그들의 폭력은 더욱 잔인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안에는 자신들이 여태 당해왔던 불합리에 대한 보복심리도 있었을 테니까요.  

 영화 <조커> 속에는 단연 아서만이 이러한 환경에 놓인 것이 아닙니다. 영화 전반에 걸쳐 느껴지는 암울한 분위기는, 단순히 회색빛 빈민가의 미장센뿐 아니라, 그곳에서 살아가는 고담시의 시민들의 표정들로 하여금 체감됩니다. 이미 자신의 삶에 지쳐 타인에게 무례하며, 또한 무기력하게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이죠. 따라서 영화를 보다 보면, 문득 ‘과연 아서라서 조커가 되었던 것인가?’와 같은 의문들이 떠오를 수 있습니다. 즉 비극적인 삶을 살아가는 ‘아서’라서가 아니라, 어쩌면 고담시의 빈민층 누구라도 특정한 사건을 겪는다면 ‘조커’라는 화신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죠. 이것은 아서가 조커가 되었을 때도, 이에 기다렸다는 듯이 빠르게 폭동이 확산되는 모습을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님! 영화 <조커>가 개봉된 후에, 많은 관람객들이 영화에 공감하며 아서의 춤을 따라했던 것을 알고 계시나요? 일명 ‘계단 춤’으로 불리기도 했는데요. 영화 <조커>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그간 아서가 힘겹게 올랐던 계단을, 조커로 재탄생한 후 춤을 추며 내려오는 이 장면. 이 씬에서 많은 관람객들은 통쾌함을 느끼며 환호를 질렀다고 알려졌는데요. 그만큼 많은 관객들이 아서의 서사와 감정에 깊게 공감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들이 살아가는 곳은 고담시도 아니고, 교도소는 더더욱 아닙니다. 왜 우리는 가상의 공간 그리고 가상의 빌런에게 크게 동요했던 것일까요? 

 사실 영화 <조커> 내에는 주인공 아서 플랙을 제외하면, 대단한 악역은 없습니다. 아서를 괴롭히던 동료 랜들은 그저 이기적이고 비겁한 코미디언이었고, 머레이도 성공한 쇼 진행자로써 현 시스템을 두둔했을 뿐이었죠. 루시퍼 효과로 이해하자면, 그들도 사회의 시스템에 지배당하는 한 명의 개인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관람객들은 무의식중에 아서가 그들을 죽이고 비웃기를 원하는 반응을 보이곤 합니다. 즉 아서가 가진 ‘조커’로서의 광기가 극중 고담시의 군중들뿐 아니라, 영화 밖까지 퍼져 관객들의 폭력성에 공명한다는 것입니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말했듯이, ‘거대한 차원의 전복’인 것이죠. 

  영화 <조커>가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받았던 이유는 단순히 조커가 잔혹하고 폭력적인 빌런이기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오히려 ‘폭력’ 그 자체, 그 본질에 가깝기 때문으로 볼 수 있습니다. 위 아서의 대사처럼, 비극과 희극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폭력적인 사건은 내부에서 느끼기에는 충분히 비극적이지만, 관객들과 마찬가지로 외부에서 지켜보는 사람에게는 희극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또한 ‘폭력을 가하는 주체’냐 ‘당하는 대상’이냐에 따라, 해당 사건은 고통이 될 수도 희열이 될 수도 있습니다. 즉 ‘폭력 사이에 얼마큼의 거리감이 있느냐‘, 그리고 ‘누가 가학하며 누가 피학 당하냐’의 맥락에 따라서 폭력은 충분히 다르게 읽힐 수 있다는 것이죠.  

 영화 <조커>가 높은 평가를 받은 지점이 여기에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영화는 가상 세계를 전제합니다. 아무리 영화의 몰입도가 높더라도, 영화 속에서 일어나는 비극과 참사는 사실 픽션일 뿐입니다. 따라서 관람객들은 영화 안의 인물에게 완전히 몰입하기란 어렵다고 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주인공이 잔혹한 살인자라면 더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그러나 영화 <조커>의 관람객들은 아서의 폭력에 크게 호응합니다. 그가 겪은 비극에 공감하며, 그를 핍박한 사회에 같이 징벌하기를 원합니다. 마치 고담시의 시민들이 얼굴도 제대로 모르는 아서에게 몰입해, 스스로 조커가 되는 것처럼 말이죠. 이것은 앞서 언급한 ‘거리감’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이며, ‘가학과 피학’의 벽을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선과 악의 양면성, 그 본질에 가까이 있는 빌런인 만큼, 조커는 누구에게나 매력적이며 사랑받을 수 있는 캐릭터가 될 수 있던 것이죠. 

 아마 역대 가장 큰 임팩트를 준 조커 중 하나는 바로 2008년, <다크 나이트>의 히스 레저가 연기한 조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커>의 호아킨 피닉스가 광기를 표현했다면, 히스 레저는 혼돈 그 자체인 조커를 표현하려고 했다고 할 수 있죠. 따라서 팬들은 크게 위 ‘두 캐릭터 중 누구를 더 선호하느냐’라는 질문에서 크게 갈리곤 합니다. 그러나 하나같이 굉장히 매력적이고 섹시한 빌런이기에 한 명을 고르기 어렵습니다. 이것이 이 둘의 공통점이기도 합니다. 또한 이들은 각자 자신만의 사연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릴 적 아버지에게 가정폭력을 당했으며, 험난한 고담시라는 사회 구조 속의 약자로 존재했었습니다. 일련의 사건으로 조커로 재탄생된 이후로는, 자신감을 내비치며 자신의 지배력을 발산합니다. 이러한 점들이 많은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조커에게 끌리는 이유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럼에도 이 둘은 같은 ‘조커’라는 이름을 갖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다른 캐릭터로 이해하는 것이 옳습니다. 이들의 역할은 관객들에게 분명히 다르게 작용합니다. 우선 호아킨 피닉스의 조커는 관객의 자기 투영을 전제로 합니다. 영화 <조커>에서 아서 플랙은 빌런이기 이전에 주인공이기 때문에, 자신이 조커가 된 배경을 설명해야 합니다. 그래서 연약했던 아서가 ‘어떤 환경에서 정신병을 갖게 되었는지’ 그리고 ‘왜 사회에 분노를 느끼게 되었는지’를 관객에게 충분히 전달한 후, 그의 광기를 분출해 내죠. 그 과정에서 앞서 설명했듯이 불합리한 사회 구조 속에서 피지배층의 분노를 표상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관객들을 자신으로 끌어당겨 공감을 통해 형성된 캐릭터가 바로 호아킨 피닉스의 조커인 것이죠. 

 한편 히스 레저의 조커는 근본적으로 호아킨 피닉스와는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관객과 등장인물을 동일시’함, 즉 공감을 요구하는 그와 달리, 히스 레저의 조커는 기본적으로 관객이 등장인물에 이입함을 철저히 배제하고자 합니다. 오히려 그는 자신을 이해하려는 관객을 밀어내는 듯한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습관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습관 그리고 도통 종잡을 수 없는 행동. 이러한 그의 태도는 관객뿐 아니라 <다크 나이트>의 주인공 배트맨에게 일련의 질문을 던지는 듯합니다. 호아킨 피닉스가 마치 스탠퍼드 모의 교도소 실험의 피실험자와 같다면, 히스 레저의 조커는 그 실험의 주최자임을 주장하려 합니다. 근본적으로 행동의 동기가 다른 맥락에 있는 것입니다. 악행을 통해 자신의 신념을 증명하고자 하는 의도가 다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것의 형태가 일관적이지도 않고 마치 딜레마 형태와 같아서, 혼돈 즉 카오스로 보이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 과정에서 관객들은 일종의 혼란 상태를 겪게 되며, 조커의 행동에서 공포심을 느끼게 되는 것이죠.  

 어찌 보면 위 두 조커가 다른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영화는 <다크 나이트>와 <조커>순으로 개봉되었지만, 사실 스토리 전개 순서 상 앞선 내용은 <조커>이기 때문이죠. 그러한 맥락에서 보자면, 어쩌면 조커는 <조커>에서 사회구조의 피해자인 자신이 훗날 빌런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다크 나이트>에 이르러 재현하며 증명하고자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실험의 피실험자를 배트맨으로 지정한 저의는, 히어로인 그도 자신과 같은 환경에 처한다면 얼마든지 윤리를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으로 이해할 수 있죠. 이렇게 두고 보면 빌런이라는 것은 굉장히 아이러니한 것 같습니다. 섹시한 빌런이 되는 원리가 타인들의 공감과 공포라는 것이 말이죠. 

오늘의 de tour의 길 안내는 여기까지입니다.  

 님은 히어로 영화를 즐겨 보시나요? 히어로 영화를 보다 보면, 주인공인 히어로보다 빌런 캐릭터에 막상 눈이 가는 경우가 종종 있었을 거예요. 보통 빌런은 주인공의 우여곡절을 위해 사용되는 경우가 많지만, 요즘은 관객들의 시선이 넓어짐에 따라 빌런 캐릭터도 더욱 입체적으로 변해가는 추세인 것 같아요. 오히려 주인공보다 빌런에 공감하기도 하며 영화를 관람한 후에는 ‘누가 과연 선하고 악한가?’라는 질문도 어렴풋 들기도 합니다. 매력적인 빌런 캐릭터. 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피드백 하러 가기   버튼을 눌러 전해주세요! 

• Todd Phillips, <JOKER>(2019)

• Directed by: Todd Phillips
• Written by: Todd Phillips, Scott Silver
• Distributed by: Village Roadshow Pictures, DC Studios
• Cast: 호아킨 피닉스, 로버트 드 니로 등
• Running Time: 2h 3m
• OTT Service: Netflex | Wavve | Apple TV | Google TV